티스토리 뷰

반응형

 

  한국형 마피아, 그리고 정의를 둘러싼 질문  

 tvN 드라마 <빈센조>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의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는 송중기가 주연을 맡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점은 이 드라마가 보여준 장르적 실험과 사회적 메시지입니다. 코미디, 느와르, 법정, 스릴러, 액션이라는 이질적인 장르가 한 데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중심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혼종성은 한국 사회의 모순과 복합성을 더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데 기여했습니다.

주인공 빈센조 까사조(송중기 분)는 이탈리아 마피아의 법률 자문, 일면 콘실리에리로 활동하던 인물입니다. 조직 내 분쟁을 피해 한국으로 귀국한 빈센조는 금가프라자 지하에 숨겨진 막대한 금괴를 회수하기 위해 잠입합니다. 그러나 금괴가 숨겨진 건물은 이미 다양한 상인들과 세입자들이 터를 잡은 공간이 되었고, 철거를 위한 법적, 물리적 충돌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냉정한 변호사 홍차영(전여빈 분)과 뜻밖에 한 뜻을 가지고 일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상로펌과 바벨그룹이라는 거대한 악과 맞서게 됩니다. 처음에는 단지 금괴가 목적이었던 빈센조가 점차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불의에 맞서 정의를 실현해 나가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탈리아에서 콘실리에리로 힘들게 살았던 그가  한국에서 정을 느끼게 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냉철한 마피아와 인간미의 이중성  

이 작품에서 송중기는 그야말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습니다. 빈센조라는 캐릭터는 외적으로는 완벽한 ‘냉혈한’에 가깝지만, 내적으로는 깊은 트라우마와 상처, 그리고 약자에 대한 연민을 지닌 인물입니다. 송중기는 이 양면성을 탁월한 표현력으로 그려냈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감정의 디테일입니다. 살인을 앞두고 보이는 망설임,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하지만 그 끝에 남겨지는 허무함, 그리고 뜻밖의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생겨나는 인간적인 온기까지 송중기의 연기는 빈센조를 단순한 ‘마피아 복수귀’가 아닌 입체적인 인간으로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극 중 이탈리아어와 영어, 한국어를 오가며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장면은 캐릭터의 글로벌한 배경을 살리며, 동시에 송중기의 언어적 연기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부분입니다.

<빈센조>가 사랑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개성과 서사를 가진 인물들입니다.

  • 홍차영(전여빈): 처음에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납니다. 빈센조와의 케미스트리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신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전우’의 관계로 진화합니다.
  • 장준우(옥택연): 의외의 반전 캐릭터입니다. 초반에는 엉뚱하고 친절한 신입 변호사였지만, 실상은 바벨그룹의 실질적 수장이며 극악무도한 악인입니다. 그 반전은 시청자에게 강한 충격을 주며 서사의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 금가프라자 사람들: 각기 다른 상처와 사연을 지닌 세입자들. 이들은 처음에는 코믹하게만 그려졌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진지한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축이 됩니다. 사회의 소외된 약자를 상징하며, ‘공동체’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블랙코미디의 미학  

감독은 이 드라마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톤 앤 매너’의 균형감입니다. 마피아, 살인, 정치적 음모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곳곳에 유머와 풍자를 배치해 시청자의 긴장을 완화시킵니다. 그러나 그 유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을 더욱 날카롭게 꼬집는 도구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금가프라자의 세입자들이 펼치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저항은 현실의 을들이 권력에 맞서는 모습의 은유이기도 합니다. 또, 빈센조가 종종 사용하는 마피아식 처단 방식은 ‘법이 정의를 실현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대체적 정의’를 상징합니다. 카메라 워크, 색채, 조명 또한 빈센조라는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차가운 블루 톤, 클로즈업 위주의 인물 샷, 조용한 OST와 함께 진행되는 복수 장면 등은 관객에게 심리적인 몰입을 극대화합니다.

 

  명대사와 서사의 철학  

<빈센조>는 뛰어난 대사로도 유명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악은 악으로 다스린다.”
  • “법이 정의를 지켜주지 못할 때, 정의는 악의 방식으로 찾아온다.”
  • “내 방식은 법이 아니야. 하지만, 그 어떤 판결보다도 정확하지.”

이러한 대사는 단순한 문장이 아니라 드라마 전체의 주제를 함축하는 선언입니다. ‘정의’라는 개념은 이상적으로는 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빈센조는 그 모순을 그대로 품은 인물입니다. 시청자 리뷰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사이다’ 그 자체.”

《빈센조》는 끝났지만, 이 드라마가 던진 질문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법과 정의, 악과 악의 균형, 공동체의 의미, 개인의 트라우마와 치유까지. 이 모든 주제를 20여 회차의 드라마 안에 풍성하게 담아낸 이 작품은 단지 오락용 콘텐츠가 아닙니다. 송중기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 인생에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만들어냈고, 한국 드라마는 또 한 번 장르적 도전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질문을 남겼습니다.

“정의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반응형